눈두덩이
눈밭에 떨어진 조약돌처럼
금세 파묻힐 슬픔 하나
가슴에 떨어져
눈을 퍼내는 사람들
정신을 차리면
땀에 그을린 가슴
아스팔트를 덮은 얼음
위로 비친 희미한 얼굴
깨트리지 못해 미끄러지는 사람과
손을 잡고 녹아 가는 아침
눈밭에 파묻힌 조약돌처럼
금세 사라졌다
어느 아침 나타나는
젖은 손바닥을 찾아서
잃어버린 장갑 한 짝에 대해
쭉 뻗은 손목처럼
도무지 굵어지지 않는
어린 목소리가 목도리처럼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 같아
눈을 깜빡이며
하늘로 뻗어 있는 마음을 찍어본다
참 앙상하다
겨울나무가 복제된 사진처럼 줄지어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같아
기다리고 기다리다 정류장이 되어버린 풍경
입김이 잎의 영혼처럼 피어오른다
녹아가는 사람에게
푹신한 눈꺼풀을 이불처럼 덮어준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손 한 짝이 눈처럼 쌓여 있다
올봄에 떠난 아이가
개구쟁이처럼 나무를 찬다
변성기
찻잔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너 대신
텅 빈 의자에 물이 맺힌다
스며들지 못하고
한껏 웅크린 물방울 하나
내일 보자는 말로 보내 주었다
오래도록 못 볼 사람을
안 아프다 안 아프다 말하며
작고 보드라운 팔에 주사를 놓듯
목 언저리가 따끔거렸다 쓰다듬어 보니
사랑이
목울대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바라는 것을 말할 때마다 내 목소리는
낮
아
지
고
그 소리가 편안해서 좋다던
사람을
떠올리며
차를 마시면
반쯤 부어 있던 사랑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목 안에서 부어오른 물방울
눈 감은 채 지그시 눌러보면
따가웠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