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합니다. 작가님도 상하차나 하러 가세요.]
김재홍, 「폐급 작가 관두고 상하차나 하렵니다」 中
| 줄거리
유일한 독자한테 상하차나 하라는 소리를 들은 그날, 주인공은 물류센터에서 택배를 옮기다 목숨을 잃고 만다. 그런데 이게 웬걸? 눈을 떠보니 이세계, 그것도 짐꾼의 몸에 빙의 당하고 만다. 상하차 능력을 얻은 채로 말이다.
| 수많은 갈림길에서 우리는
요즘 들어 웹소설 시장에 이세계물이 다시 유행하는 듯하다. 빙의물이라는 이름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우리가 경험한 적 없는 세계로 향하고, 그 세계를 경험한다는 대전제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다른 세계, 다른 상황을 열광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유일한 독자의 [하차합니다. 작가님도 상하차나 하러 가세요.]라는 댓글에 좌절한 웹소설 작가 지망생 주인공이, 정말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으며 시작한다. 이후 눈을 떠보니 이세계 던전. 주인공은 짐꾼의 몸으로 빙의된 상황을 맞닥뜨린다. 우연히 얻게 된 상하차 스킬을 제대로 확인조차 못한 상태로, 갑작스러운 이세계 생활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허리가 터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스킬을 사용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반동이란 페널티까지 겪으며 온갖 고생을 하게 된다. 또한 삐지면 능력을 봉인해 버리는 상태창과 어딘가 허술하지만 매력적인 마법사 소년 등의 개성 강한 조연들이 주인공과 함께 고군분투 모험기를 주도한다.
『폐급 작가 관두고 상하차나 하렵니다』는 이세계 모험 장르에 신선한 접근을 시도한 작품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처절한 현실과 그 뒤에 이어지는 빙의 사건을 블랙 유머와 독특한 설정으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 때문에 과정은 일반적인 영웅 서사와는 거리가 멀다. 배가 고프면 밥을 찾고, 일이 안 풀리면 징징거린다. 독자로서는 조금 방정맞아 보이고 어리숙해 보일 것이다. 다만 그렇기에 더욱 인간적이다. 이상보다는 공감을 선택한 것이다.
주인공은 이세계에 빙의했음에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여전히 현실에서 저지를 법한 어리숙한 사고를 치고, 짧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주인공의 성격은 상하차라는 능력을 맞나 시너지를 발휘한다. 전혀 다른 세계를 묘사하고 있음에도, 상하차라는 소재를 끌어들여 독자가 현실에 완전히 눈 돌릴 수 없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결국 『폐급 작가 관두고 상하차나 하렵니다』는 현실에서 벗어나 이세계로 이동했음에도 현실의 부분부분들을 계속해서 드러낸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단숨에 성장할 것인가?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한 번에 익숙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그의 실패와 시행착오가 오히려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결국에는 작은 성장을 이루어내는 모습에서 잔잔함을 느낄 수 있다. 독자들에게 큰 웃음과 함께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여운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