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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침내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

권도현, 「중요한 일을 깜빡했다」 中

   | 줄거리

   거짓말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카멜레온이 문제였던 걸까? 하지만 이제 와서는 중요하지 않다. 부탄가스를 이용해 죽으려 하기 전, ‘나’는 까먹고 있던 중요한 일을 떠올린다. 동창회에서 홍한나가 내 비밀을, 거짓말을 까발리는 걸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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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닳고 닳은 삼각형을 다시 끼울 때까지

   과거 인디언들은 사람마다 마음속에 삼각형을 하나씩 품고 있다고 믿었다. 스스로 양심을 해치는 행동을 할 때마다 삼각형이 돌아가며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삼각형이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점점 모서리는 뭉툭하게 닳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악한 행동을 저질러도 아픔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의 삼각형은 언제부터 닳아 버린 것일까. 카멜레온과 거짓말의 특성을 읊었을 때부터? 부장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네, 라고 답했을 때부터? 그게 아니라면 S대 학생을 흉내 냈을 때부터?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거짓말이 필요하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거짓을 입에 올린 순간부터, ‘나’의 삶에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균열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 번 틀어진 길을 걷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중 ‘나’의 상황처럼, 한 번 시작한 거짓말이 새 거짓말들을 자꾸만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말부에 이르러 사실을 털어놓는다. 비록 상대는 술에 취해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병휘이지만 말이다. 그는 동창회에서 의심 받는 ‘나’를 적극적으로 변호해준 친구임과 동시에, 우연한 만남을 빌미로 다단계 가입을 권유하려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나’의 고백을 들은 병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과 함께 힘든 상황을 토로한다. 구부정한 뒷모습을 보이며 떠난 그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이가 ‘나’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모든 이에게는 각자 나름의 고충이 있고, 그 속에서도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거짓된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꾸미고자 하는 욕망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혼자만 궁지에 몰린 것처럼 느껴지는 건, 우리가 서로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거짓 위에 거짓을 쌓으며 눈더미처럼 불어난 그것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죽음을 선택하려고 한 ‘나’는, 병휘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쌓아 온 거짓과 마주할 용기를 얻고, 스스로의 힘으로 삼각형을 갈아 끼운다. 마음속 뭉툭해진 삼각형을 밝히는 그 첫 걸음은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 사소하고 위대한 기억이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그를 통해 앞으로의 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빈다.

D. 김유주, 양지수  W. 김명진,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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