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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히어로 멸종위기? 」

 

 

 

   요즘 히어로는 글렀다.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다.

   만약 내가 히어로였다면 달랐을까?

   “시청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유기한입니다.”

   업로드 완료 버튼을 누르자 화면 속 내가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 영상에선 ‘점점 늙어가는 히어로 사회,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해 다뤄볼 겁니다.”

   <영웅이 알고 싶다>

   내 유튜브 채널 이름이다.

   주로 히어로의 사건 사고를 다루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저번 영상에선 ‘젊은 히어로 파업’의 여파로 일어난 ‘젊은 히어로 숙청 사건’에 대해 알아봤죠.”

   젊은 히어로 숙청 사건.

   이삼십 대 히어로들이 파업했던 시기가 있었다.

   파업에 가담한 히어로들이 전부 협회에서 제명당한 사건이었다.

   개중에는 몇몇 죽었다는 말도 나도는데,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일단 영상에 넣지 않았다.

   “그 이후 숙청당했던 히어로들을 감쌌던 히어로 팀까지 강제로 해체되면서 히어로 면허를 박탈당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 아닐 수가 없지…….

   3년쯤 되었나, 개편 전의 내 채널은 <히어로 잡학지식>이라는 평범한 정보 채널이었다.

   정보 유튜버였던 내가 속칭 ‘사이버렉카’로 전향하게 된 것도 이 사건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시청 전 좋아요

   ─1빠

   ─오 영상 떴다

   ─기한 오빠 오늘도 멋있어!

      └(덜렁)

      └ㅋㅋㅋㅋㅋㅋ

   ─기한아 이번 영상 재탕 아니냐?

      └몇 년이 지났는데 재조명할 때 됐지.

   “사실 숙청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어쨌든 협회의 결정으로 히어로 면허 시험 이삼십 대 응시율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0:45 이게 진짜인 게 최근에 20대 히어로 본 지가 손에 꼽음

      └ㄹㅇ 요즘 보면 다 50대들임

      └요즘 잘생긴 히어로가 안 보여

      └잘생긴 히어로가 왜 필요함?

      └50대도 간지나는 사람 많은데

      └ㅇㅈ

 

   “그런데 말입니다.”

   화면 속 내가 목소리를 깔았다.

   “신규 히어로의 부재. 이런 상황이 단순히 젊은 히어로 숙청 사건 하나 때문일까요?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아시다시피…….”

***

   처음부터 잘못된 게 아닐까.

   13년 전. 거대조류가 나타난 그날부터.

   전 인류가 신체 능력 향상 앱을 얻은 바로 그날부터.

   정확히 말하면 전 인류는 아니지.

   당시 열네 살이었던 나는 못 얻었으니까.

   그날. 거대한 알이 놓인 둥지가 곳곳에 생긴 바로 그날.

   형은 핸드폰에 신체 능력 향상 앱이 깔렸다며 내게 처음으로 알려줬다.

   “뭐야, 이 앱? 신체 능력 향상? 지워지지 않잖아? 앱 정보도 뜨질 않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잠깐 무시하기도 했다.

   내게는 없었으니까.

   형은 그 앱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알려줬다.

   “레벨……? 신체 능력을 올릴 수 있다는데? 생명력, 정신력……. 다해서 8가지네. 뭐야, 넌. 없어?”

   어떤 방식으로 레벨 업을 하는지도 알려줬다.

   “레벨 업에 필요한 정수가 9 부족합니다……? 레벨 옆에 플러스 15는 뭐지?”

   이후 가족과 함께 얘기하며 나이만큼 추가 포인트를 받는 것도 알게 되었다.

   “레벨 옆에 플러스 표시는 뭘까 기한아?”

   “아빠, 기한이는 앱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괜찮을까요?”

   “일단 모두 얘기해준 걸 비교해 보면 나이가 맞는 것 같은데요? 그쵸, 엄마?”

   “역시 나이가 맞겠지? 이 수치만큼 포인트가 있구나.”

   이 추가 포인트가 넘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었다는 것을 이때는 몰랐다.

   둥지가 생기고 5일 후, 어떤 방법으로도 깨지지 않던 알이 스스로 깨졌다.

   알 안에서 나온 거대한 새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해지기 시작했다.

   날지도 않으면서, 넓게 펼쳐진 날개로 사람들을 덮쳤다.

   익룡에 가까운, 처음 보는 모습에 압도당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용기 있게 조류와 맞서 싸운 사람들 대다수가 초능력을 얻었다.

   이날 가장 많은 초능력자가 생겼다.

 

   ‘최초의 능력자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구해냈다.

   사람들은 그들을 히어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40대 이상이 새를 많이 잡았다.

   나이만큼 받은 더 높은 신체 능력을 필두로 좀 더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젊은 사람들은 신체 능력이 낮았다.

   애매한 초능력을 가졌다면 다치거나 죽어 나가기 일쑤였다.

   초능력자가 꽤 많이 나왔던 덕분인지, 아포칼립스로 변할 것 같던 첫 주와 다르게 상황은 점점 나아졌다.

   얻은 초능력으로 무너진 건물을 복구하거나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는 사람도 있었다.

   잠잠해질 만하면 어디선가 둥지를 튼 새들은 계속 나타났고, 호칭뿐이었던 ‘히어로’가 정식으로 직업이 되기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신체 능력 향상 앱이 15세 이상에게 깔린다는 것도 차츰 알려졌다.

   15번째 생일을 맞자, 나도 그 앱이 자연스레 깔렸다.

   [분류: 무능력자]

   1년 사이에 사회는 꽤 변했다.

   학교에서는 이미 올바른 능력 투자법이나 초능력 관리, 둥지 발생 시 행동 요령에 대해 가르치고 있었다.

   최초 거대조류 습격 당시 인구 10%가 초능력을 얻었고, 그중 절반 가까이 히어로가 되었다.

   그 시기는 히어로 포화 상태라고 부를 수 있었다.

   새로운 히어로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히어로는 그 당시 희망 직업 선호도 조사 1위로 꼽힐 만큼 매력적인 직업으로 꼽혔다.

   내 꿈도 히어로였다.

   그럴 때가 있었지…….

   지금과 정반대 아니야?

***

   “……거기에 쐐기를 박은 게 젊은 히어로 숙청 사건이라는 겁니다!”

   ─13년을 한 5분 만에 요약해 버리네

      └역시 400만 유튜버 무기한 클라쓰

      └무기한이 아니라 유기한

   ─영상 엄청 화려하네 ㄷㄷ 편집 개잘했다

   ─나 같아도 히어로 안 하지

      └ㄹㅇ 파업했다고 싹 다 파면시키면 누가 함?

      └파업 안 하면 되잖아

      └그니까 할 놈은 그냥 하는데 렉카충 새끼가 나대고 있네

      └요즘 할 놈도 별로 안 할 만한 거 같은데?

   “그렇게 히어로는 이제 희망 직업 선호도 꼴찌까지 되고 말았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최초의 능력자들이 다 해 처먹을 줄이야…….

   “심지어 요즘엔 ‘너 커서 히어로 될래?’라는 말도 비하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ㄹㅇ 나도 들었는데

      └나도 들었음

      └진짜 어쩌다가 히어로가 이렇게 개차반 대우를 받게 되었냐…….

      └어차피 그것도 약한 놈들한테나 하는 소리 아님?

      └그니까 말야 초능력 구리면 안 하면 돼지

      └되

   “그만큼 히어로가 사회적으로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 되었다는 겁니다.”

   지금 히어로는 3D 직업으로 불리고 있다.

   어렵고 Difficult.

   더럽고 Dirty.

   위험한 Dangerous.

   “이 고인 히어로 사회, 깨부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면 속 내가 눈을 부릅뜨고 강하게 말했다.

   “지금 중년 히어로들이 다 은퇴하면 대체 누가 우리를 지켜줄까요? 이재천? 그 자식 혼자 대한민국 전체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캬 지렸다

      └온몸에 소름이 ㄷㄷ

      └대체 뭐 때매?

   ─재천이면 될 지도?

      └진짜 이재천이면 ㅈㄴ 믿음직함ㅋㅋㅋㅋ

      └재천이 몸이 여러 개도 아니고 혼자 어케 지킴?

   ─이 새끼 재천이 왤케 싫어함;;

      └ㄹㅇ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거야

      └전 매니저였다잖아 우리가 모르는 뭐가 있을 듯?

   “절대 불가능합니다! 네버! 심지어 지금 제명된 히어로들 중 일부는 빌런까지 되고 있습니다. 신규 히어로는 없는데 신규 빌런은 막 나오는 그런 상황이란 말입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강하게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 아니 늦었습니다. 하루 빨리 파면당한 히어로들 징계 취소하고 복귀시켜야 합니다. 신규 히어로 지원 제도 또한, 마련해야만 합니다.”

   ─이건 좀;;

      └그니까 아니 걔들 퇴출된 건 잘된 거 아닌가? 실제로 피해가 있었는데?

      └히어로가 부족해질 수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미래를 좀 보세요 미래를

      └신규 히어로 지원만 찬성. 복귀는 절대 반대.

      └투기장 열리겠네 또

   “끝으로 요즘 하늘을 나는 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이런 기조가 유지된다면 대한민국은 멸망까지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멸망ㅋㅋㅋㅋㅋ 한숨도 안 나온닼ㅋㅋㅋㅋㅋ

      └의외로 심각한 거 아님? 지금 히어로 다 은퇴하면 그 새들을 누가 다 막음?

      └개오바를 해요 아주 그냥

   “오늘 영상 괜찮았나요? 괜찮았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이상 영웅이 알고 싶다, 유기한이었습니다.”

   ─오늘 영상 알찼다

      └ㄹㅇ 편집 개잘하네 별 내용 없는 거 같으면서도 눈이 즐거움

   ─27세 현직 히어로입니다. 솔직히 요즘 많이 힘들긴 합니다. 선배들보다 많이 약하고, 그렇다고 동료는 얼마 없고. 영상으로나마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요

      └에효 힘내세요

 

   이번 건 조회수 좀 괜찮게 나오겠는데?

   아니, 근데, 진짜,

   영상 올라온 지 10분도 안 돼서 악플 달려고 오는 애들은 뭐 하고 사는 애들일까?

   ─렉카충 나가 뒤지셈 솔직히 파업한 새끼들도 전부 나가 뒤져야함 ㅋㅋㅋ

   하…….

   너는 박제다, 이 자식아.

   렉카는 그렇다 쳐도.

   ‘충’은 왜 붙이는 거야?

   단 한 번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영상을 올린 적이 없다.

   그저 히어로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영상을 올리는 것뿐이다.

   히어로를 꿈꿨던, 일개 무능력자의 시선에서.

   이재천, 이 개새끼…….

   <히어로 잡학지식>에서 <영웅이 알고 싶다>로 바꾼 건 이재천 때문이었다.

   그의 매니저였던 시절, 난 그와 함께 파업을 주도했었다.

   그를 정말 믿고 있었는데…….

   그가 협회 쪽으로 등을 돌려버리고 나서 모든 게 무너졌다.

   그때 그 새끼가 배신하지만 않았더라면…….

   더 안정적인 히어로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

   이재천은 나를 히어로 사회 안으로 들어가게 해준 일등공신이었다.

   <히어로 잡학지식>을 시작한 이유도 이재천이고, 나를 매니저로 받아 준 것도 이재천이다.

   그전에,

   내 목숨을 구해준 것도…….

   “……윽!”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오른손이 떨린다.

   히어로가 되려고 발악했던 시절.

   초능력을 얻기 위해 막 찾아다녔던 시절.

   얻은 후를 위해 포인트를 아껴 놨던 스물, 그 시절.

   무리하다 죽을 뻔했다.

   추하게 생명력에 올인했는데, 안 그랬으면 죽었다.

   이재천이 목숨 걸고 날 살려주지 않았어도 죽었을 거고.

   그때 다친 어깨는 치유 능력으로도 고쳐지지 않았다.

   팔을 휘두르지 못하게 되었다.

   초능력도 못 얻었고…….

   그 시절의 이재천이 그립다.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을 직접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

   히어로가 되길 포기했어도 그가 있었기에 나는 더 힘낼 수 있었다.

   그랬던 그가…….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러는 나는…….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건가?

   …….

   본 채널은 됐고, 일이 아직 남았다.

   [받는 사람: 2ghktjd]

   [제목: 이번 편집본 보냅니다.]

   메일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편집은 누구보다 잘했다.

   그 정도가 심해서인가, 7대 3의 비율로 영상을 편집해달라는 인기 유튜버도 있었다. 무려 내가 7이다.

   원체 적응을 잘했고, 나이 들며 받는 포인트를 전부 기억력에 넣은 덕에 편집 소스들을 잘 활용할 수 있었다.

   [보낸 사람: nojak2000]

   [제목: 히어로 갑질 영상 보냅니다.]

   제보 영상들도 꽤 온다.

   요즘은 직접 발로 안 뛰어도 알아서 화제가 들어온다.

   [보낸 사람: ekwnddl77]

   [제목: 제발 죽어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악성 메일도 흔하다.

   클릭조차 하기 싫어지는 메일이다.

   [보낸 사람: eoajfl123]

   이런 어그로성 짙은 메일도 곧잘 온다.

   물론 이것도 굳이 누르진 않는다.

   어?

   [보낸 사람: duddnd]

   [제목: 이거 누르면 죽음]

   안 누르면 죽는 게 아니고, 누르면 죽는 거라고?

   신선한 어그론데?

   이건 못 참지.

   딸깍.

   ─축하합니다. 유기한 님. 사망 동의 확인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드디어 저희 시스템이 완성되었습니다. 절차에 따라 지금 바로 사망 회귀가 발동됩니다.

   ……뭐지?

   뭔 개소리야?

   순간,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졌다.

   “크흡!”

   무언가 내 목을 졸랐다.

   목을 조르며 날 들어 올렸다.

   나는 하염없이 위로 끌려갔다.

   숨이……, 의식이…….

   [테스트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회전 초능력 시스템이 가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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