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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목울대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김태연, 「변성기」 中

   | 창작 의도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이 필요하다. 거짓말을 할 줄 알아야 하고 거짓말을 듣고도 속아줄 수 있어야 한다. 내일 보자고 오래 못 볼 사람을 보내주는 날은 어느 아침 갑자기 변성기처럼 찾아오고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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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감내해야 하는 당연한 고통

   사랑은 보이지 않지만 시는 묘사해야 한다. 머릿속에 그려져야 하며 또 선명해야 한다. 시인은 사랑을 가시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변성기에 느끼는 성장통을 사랑으로 비유했다. 사랑과 성장은 어울리므로 자칫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시인은 사랑을 물방울에 비유하며 시에 변주를 주었다. 물방울의 시작은 찻잔에서 피어오른 수증기이다. 처음 이 시를 읽는 독자는 물방울이 사랑이라고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수증기가 “너 대신 텅 빈 의자”에 스며들지 못하고 맺혔다가 이내 화자의 목 언저리를 따끔거리게 만들고 부어오를 때, “사랑이 목울대처럼 튀어나와 있었”으므로, 우리는 물방울이 사랑이라고 인식한다. 우리는 아픔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화자를 본다. 화자는 그저 아픈 목울대를 “눈 감은 채 지그시 눌러”본다. 그리고 느낀다. “따끔”하지만 “따뜻”한 사랑의 감각을.

   사랑은 멀리서 볼 때 아름답고 애틋하게만 보인다. 따뜻하다거나 행복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사랑은 사실 주사 바늘보다 뾰족한 것투성이라는 걸.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말랑한 마음을 타인에게 내어 주는 일이라는 걸. 상대를 그 안에 품는 순간 상처를 쉽게 회복할 수 없다는 것까지, 모두 알고 있다. 사랑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사랑하고 아파한다.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오래도록 못 볼 사람을 내일 보자는 말로 보내주”고 혼자 삭인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한다. 기껏해야 본능이라고밖에 칭하지 못하는 이 감정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고통이 성장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아픈 목울대를 “눈 감은 채 지그시 눌러”보는 화자도 이내 단단한 목소리를 갖게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난 뒤엔 “따끔”하지만 “따뜻”한 감각을 마냥 아프게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D. 김유주   W. 임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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